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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E (Wall-E)

재미있고 귀여웠다. 예쁘고 사랑스럽기도 했고. 아아, 월 E~. 이름도 막 '워리' 같고... 어쩜 그렇게 순박하게 귀엽니. 눈화가 (?) 격하게 아끼고 싶어진다. 초반의... 그 워리 혼자만의 일과를 스케치해주는 데서부터 뻗었다. 외롭지만 따뜻하고 아늑해. 게다가 귀여워. 혼자 그렇게 귀염 쑈를 하는 게 가여우면서도 또 귀여워. 흐어어엉.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은 워낙 닳고 닳은 떡밥이지만... 연애 얘기에 별 관심 없지만... (로봇들의 연애든, 인간들의 연애든...) 귀여움 하나로 몰입도를 팍팍 높여줬다.

영화의 뼈대는 은근히 고전 할리웃 로맨스였다. 순박한 시골 청년이 도시에 온다. 도시 여인을 만난다. 사랑에 빠진다. (그 사이사이에 자잘한 에피소드.) 그리고 행복해져서 귀향한다. 끝~. 이거 아닌가. 고전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면... 다만 워리는 쫌 덕후일 뿐이란 거. (인간 덕후. 1960년대에서 80년대의 놀이문화 덕후. 그리고... 그래. <헬로 돌리!> 덕후.) 그리고 대도시 여인은 츤데레... (쿨럭.) 감독도 상당히 오덕한 게 분명하다. 워리가 태양열 충천 끝나고서 맥의 부팅 소리를 내는 거. 워리가 아이팟으로 영화 보는 거. 그런 건 그냥 아직 애플의 영향력 때문이라 치자. 퐁 같은 게임이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노골적인 차용은 어쩔 거냐고. 스푸트니크 1호의 등장은, 티저 트레일러엔 <브라질>의 사운드트랙이 쓰였던 건 또 어쩌고... 과학잡지를 탐독하면서, 싸이파이 영화를 뒤지고, 컴퓨터와 게임에도 열광하는 오덕소년이 떠오른다.

어쨌든 전반부에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은 탁월했고, 그래서 로맨스가 되든 뭐가 되든 무리가 없었다. 다만 헬로 돌리의 의미를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해선지... 월리가 여자로봇과 사귀는 게 잠깐 당황스러웠다. (아니, 바브라 스트라이젠드 영화를 닳도록 보는 애가 여자랑 사귀다니~. 영화 속 세상의 법칙에 위배되는 거 아님둥?!! (뻘뻘뻘뻘뻘...)) 뭐, 암튼 나더러 헬로 돌리!'를 그냥 날로 보라면 상당히 괴로울 거 같은데... 뭔 마법을 부렸는지 그마저도 거부감이 없었다. 아, 엔딩 크레딧 올라간 다음에 보여준 화면들도 예뻤다. 고대 유럽이랑 아프리카 동굴 벽화스러운 그림들, 인상주의 화풍, 쇠라가 연상되는 점묘법까지 등장했다. 자잘한 꾸밈까지 귀여운 영화였다. 역시 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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