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라고 뜨면요. 바로 위의 블로그 제목 한 번 눌러주시면 뭐가 나와요. La luna vino a la fragua... 요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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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이모가 사둔 나인에서 보고 점찍었었는데... 단행본이 참 구하기 힘들더라. 절판이고 중고도 잘 없고... 진짜 겨우겨우 구했다. (그냥 막내이모 집에 가서 잡지 나인을 한 장씩 스캔할 생각까지 했었다. 쯧쯧.)

여자아이 넷이 나온다. 지형, 동휘, 인형, 선욱 아직 운동권 분위기가 남아있던 1990년에 막 대학생이 된 아이 셋. 그리고 중학생인 아이 하나... 지영이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도입부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버스 안에서 권인하가 김현식의 부고를 전하는 장면... 스산한 연출이었고, 거기 이어지는 개강 첫 날 학교도 스산했다.

그렇게 스산하게 찝찌름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내내 불편한 부분들을 많이 얘기했다. 깝깝하고 싫으면서도 안 읽을 수는 없더라. 남성중심적인 문화. 뻔한 틀에 박힌 MT. 특히 남성화된 운동권. 문제를 뿌리뽑긴 고사하고 뭐가 문젠지 의식도 못 하는 선배들. 딴에는 뭔가 깨우친 척 하지만, 권위적인 마초 꼰대의 표본 같은 남자 선배... 나도 지영이 따라 덩달아 울컥울컥했다.

그 찝찝한 패거리 속에 별 마찰 없이 섞여드는 동휘는 신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 외부 자극에 반응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더라. 남자애 같은 느낌을 풍기는 애들은 여중, 여고를 거치는 동안 사실 그렇게 되기 쉽거든. 모종의 시선과 관심이 계속되면, 방어기재 비슷하게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재능이 생긴다. 끈적임 없고 불쾌함 없는 관계를 은연 중에 조율해 나가게 되는...

인형이는 내가 아는 어떤 애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었다. 이런 타입들, 백 명에 하나쯤, 천 명의 하나쯤 어디에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선욱이와 선욱이의 엄마, 선욱이의 이모의 관계는 찜찜하면서도 흥미롭고... 선욱이가 동휘에게 품는 동경은 동성애 비슷하게 해석되기도 하려나... 내 보기엔 그런 수준도 아니지만. (이 정도를 동성애 감정으로 부른다면 세상 인구의 대부분은 동성애자겠다. 쩌업.)

암튼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인물은 지영이랑 동휘. 관찰하는 재미를 주는 인물은 인형과 선욱. 이 밀어졌다 땡겨졌다 하는 거리감이 좋다. 독자도 함께 빠져들게도 하고, 멀찍히서 지켜보게도 하고... 그림은 진짜 멋지다. 순수미술 전공자답게 조형적인 틀이 빽빽하게 잡혀있다. 형태감과 입체감, 끝내준다. 큼직한 컷에서 더 빵빵하게 드러나는 뎃생력은 진짜 후덜덜하다. 눈코입 비율이 예쁘장해서 좀 섭섭하긴 하지만... 힘 있는 선이랑 명암 처리만 봐도 뿌듯뿌듯하다. 이야기가 시종일관 너무 진지하고 심각한 게 좀 아쉽지만, 이만한 만화 울 나라에도, 딴 나라에도 드물 것 같다. 진짜 진짜 3권이 너무 보고 싶다. 크흐흑. 오후에서 본 <도깨비가 간다>는 그닥 취향은 아니던데... 사춘기 완결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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