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라고 뜨면요. 바로 위의 블로그 제목 한 번 눌러주시면 뭐가 나와요. La luna vino a la fragua... 요거요.

영화 보고 감상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다. 그렇게 타이밍 놓친 영화 얘기 간단하게...

해프닝 The Happening
샤말란 감독님, 지못미. 어쩌다 반전 전문 비슷하게 찍혀가지고... 번번히 이번 영화엔 반전이 없다는 투덜거림을 듣나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영화도 나는 그럭저럭 맘에 들었다. (싸인이나 빌리지가 그랬던 것처럼.) 난 샤말란 감독님 어법이 맘에 든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조근조근하다. 요란한 미사여구와 과장에 지쳤을 때 보면 아주 딱이다. 해프닝도 역시 조근조근한 이야기라 맘 편하게 봤다. 초반의 스멀스멀 조여드는 느낌이 좋았고, 성급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딱 떨어지는 설명을 붙이지 않은 결말도 나쁘지 않았다. 메시지를 덜 들이댔으면 더 멋졌겠다. 그, 근데... 역시 재밌다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 (썩은 토마토 평점이 얼마였더라... 쥐박이 지지율보다 쬐끔 높았던가...?) 자연의 경고란 게... 아마 딱 이런 식일 듯하다. 알아들을 듯 못 알아들을 듯...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극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진화는 거시적으로 보자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맞다. 근데 개개의 생명체에겐 공포스러운 경험이겠구나. 이 영화,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걸 생각하게 해줬다.

셀린느와 줄리 배타러 가다 Céline et Julie vont en bateau
모티브가 됐다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 두 편은 봤던가, 못 봤던가... 기억이 깜빡깜빡 아삼삼하다. 근데 전쟁 중의 어린 소녀도, 죽은 사람의 옷에 대한 집착도 그닥 낯설지는 않다. (혹시 다른 비슷한 소설을 봤던 건가...) 하여간 70년대 영화다운 귀여움이 뚝뚝 흘러내리는 영화였다. 그 샬랄라한 의상들, 통굽구두들... 셀린느와 줄리 사이의 뭔가 빤딱빤딱하는 유대감... (레즈비언 로맨스의 은유로 본다고도 들은 거 같다. 나는 막 <나나> 같은 순정만화 생각이 났다. 꼭 나나가 아니라도... 왜, 있잖나. 여자애 두 명의 유대를 곰살맞게 그리는 얘기. 이 영화도 판타지스러운 면을 제외하면 뼈대는 딱 그거였다.) 아, 유령저택 같은 소재도 매력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변형한 듯한 모험담도...

연을 쫓는 아이 The Kite Runner
감동의 드라마... 뭐, 그건 좋다. 근데 그런 거랑 별개로 화자가 누구냐,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는 맘에 걸렸다. 아프간 사람의 시선이 아닌, 아프간 출신 '미국인'의 시선이 찜찜했달까. 책 속의 장면들, 대사들을 충실히 옮겨왔지만... 뭔가 공정하진 않다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의 원작인 책에 끌렸던 건 가해자, 상대적 기득권자가 보여주는 후회와 번뇌, 속죄 때문이었다. 찌질하지만 인간적인 비겁함과 늦은 뉘우침과 안타까움 같은 거... 영화에선 그 쪽을 더 부각시켜 주길 바랬다. (꿈이 너무 컸나...) 책도 예민하게 굴자면 찜찜한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았는데... 영화는 찜찜한 면만 더 노골적으로 뽑혀 나왔다. 화자의 입장을 커버하면서 교묘하게 비잉 둘러 하는 이야기. 애틋하지만 주종관계의 틀 안에 머물러 있는 감정. 핏줄에 연연하는 예스런(...) 가족주의. 아미르의 아버지 (앞으로 미국인이 될 아프칸 소수 엘리트)에게 부여한 간지뽕빨. 어떤 나쁨과도 무관하게, 그저 이민자의 낙원으로만 그려진 미국. 무조건 악마인 탈레반... 이건 거의 그냥 미국인의 눈길이더라. 역시 이런 건 쫌 불편해. (뻘뻘뻘뻘...)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철저한 경제의 논리, 자본주의의 논리가 가질 수 있는 폭력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돈, 성공, 경쟁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 인간형의 표본... 섬뜩한데도 굉장한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종교의 그늘과 모순도 보여준다. 교회는 세력 확장을 위해 돈이 필요하고, 결국 자기네 신이 아닌 자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약간 인간 혐오가 있다던가 종교 혐오가 있는 사람이라면... 진짜 설레며 볼 수 있다. (쿨럭 쿨럭.)) 다니엘 데이 루이스 연기는 진짜 후덜덜했다. 발성조차 전혀 딴판이고... 아니, 그런 목소리는 어케 내는 거냐. 어깨랑 뒷목이 뻣뻣하게 굳은 듯한 자세까지 신기했다. 진짜 딴 사람이 된 듯했다. ...그, 근데 이 영화. 우리말 제목 쫌... 그냥 "피를 보게 될 것이다"나 "피를 흘리리라" 정도면 안 되겠니. 제목 하나 한글로 써주는 게 그렇게 힘든가. 어톤먼트도 너무하고, 만 비씨도 너무하지만, 데어 윌 비 블러드도 너무해.


트랙백 4 |  댓글 36
이전 |  1 |  ... 86 |  87 |  88 |  89 |  90 |  91 |  92 |  93 |  94 |  ... 1096 |  다음

열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96)
끄적끄적일상다반사 (100)
그밖의잡담,뒷담,한담 (128)
소녀전용망상극장 (96)
책읽기또는밑줄긋기 (169)
꼬질꼬질문화생활 (123)
나홀로방구석미술관 (244)
바보상자랑 친구하기 (70)
음악잡담또는노랫말 (166)

달력

«   200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