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라고 뜨면요. 바로 위의 블로그 제목 한 번 눌러주시면 뭐가 나와요. La luna vino a la fragua... 요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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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Obsluhoval Jsem Anglického Krále / I Served the King of England>

무거운 주제를 거북하지 않게 풀어내서 좋았다. 것도 비겁하게 피해 가는 게 아니라 할 얘기 다 하면서도 거북하지 않았다. 노련하고 세련된 영화였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희극과 비극. 가해자와 피해자. 루저와 백만장자. 나치 정권과 체코혁명... 극과 극을 매끄럽게 한 테두리 안에 녹여냈다. 디떼의 인생사, 참 파란만장하다. 그저 돈 좀 벌어보고 싶은 순박한 웨이터로, 여자를 꼬시는 선수로, 신분상승의 급물살을 타는 야심가로... 변화무쌍해서 은근히 응원까지 하게 된다. 마침내 백만장자의 꿈을 이뤘을 땐 약간 통쾌하기도 했다. 재산을 몰수당하고 감옥에 갈 때는 안돼 보이기도 했고...

재밌었던 부분 몇 가지... 디떼가 잔돈을 바닥에 뿌려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장면~. 희극적이면서 날카로웠다. 멀쩡한 사람들이 다 돈을 줍기 위해 무릎을 꿇는 모양새... 그리고 기차에서 알게 된 부자~. 또 우연히 팁을 준 장교~. 왠지 우화 같은 느낌을 준다. 우연히 알게 된 사람 덕분에 인생이 술술 풀리다니. 리자의 우표 덕분에 부자가 되는 것도 그렇고... 아, 사실 이 영화 전체가 우화 같기도 하다. 디떼가 나체의 여자들 사이를 누비는 장면도 묘하게 웃겼다. 아니, 사실 웃을 일이 아니고 슬픈 건데... 마치 호텔의 부속품이나 감정 없는 서빙 로봇처럼 취급받는 거였거든. 근데 보는 순간에는 꽤 웃겼다. 뭐, 여자들이 우수한 게르만 혈통을 임신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부터도 웃기긴 하다. 디떼의 정액 검사 장면과 체코 젊은이들이 총살당하는 장면이 오버랩되는 것도 좀... 웃을 일이 아닌 데다 묘하게 코믹한 요소를 넣어 비튼 게 특이하다. 시대 고발과 성적 농담을 짬뽕으로 할 수도 있구나...

죄수들이 깃털을 후후 불어 날리는 장면도 기억에 남았다. 염소에게 훈장을 걸어주고 우표를 날리고 나서의 표정도. 그리고 유태인 노인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던 마지막 장면도. 푸근한 표정의 늙은 디떼는 맨 끝 장면에 와서야 처음으로 행복해 보였다. 이 영화, 색의 대비나 구도는 의외로 근사했다. 체코 영화를 별로 본 게 없어서 시각적으로는 별 기대가 없었는데... 강렬한 색감이나 뜻밖의 근사한 장면에 놀랐다. 수직, 혹은 수평 구도 속에서 균형을 깨는 디떼는 조형적으로도 코믹했다. 아, 참, 잠깐이지만 한국말도 잠깐 나왔다. 호텔에서 여러 언어를 가르치는데... 그 중 한국말도 끼어 있었다. 2차 대전 전에 한국인이 체코에 갈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지만...
(이미지 출처 : http://outnow.ch/Mo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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